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독일의 재무장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한국이 일본의 재무장 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에는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현대 독일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회원국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위협이 증대되면서, 독일의 군사력 증강은 유럽 공동의 안보를 강화하고 동맹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세계대전의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은 주변국들에게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여겨지기보다는, 연대와 협력의 틀 안에서 안보에 기여하는 동반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한국의 시선은 과거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에서 비롯된 깊은 불신과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방위력 강화가 아닌 과거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영토 문제와 역사 인식 문제 역시 이러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동북아 안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게 됩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일본이 역내 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동맹국들과의 방위 분담을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를 위한 핵심 동반자로서 일본의 역할 증대를 바라는 미국 안보 전략의 일환입니다. 대만 역시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역내 군사 균형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트남, 필리핀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역내 균형추로서 일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시각은 각 국가의 역사적 경험, 현재의 안보 환경, 그리고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