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3 수험생이시군요. 글을 읽으니 저도 수험생 시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예전에 시험을 앞두고는 작은 소리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였어요. 옆방에서 부모님이 작게 나누는 대화 소리, 밖에서 나는 차 소리 하나하나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분명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바짝 서 있어서 잠들기까지 한두 시간씩 뒤척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자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 잠이 안 오더라고요.
질문자님처럼 잠들기 어려운 환경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우리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는데요. 이 때문에 몸은 자고 싶어 하는데 뇌는 계속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불균형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TV 소리나 불빛 같은 외부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잠을 유도하는 수면호르몬 '멜라토닌' 만 먹으면 해결될거라 생각하시지만, 질문자님처럼 스트레스로 뇌가 잔뜩 긴장한 과각성 상태에서는 수면호르몬 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뇌의 과도한 흥분 상태를 진정시켜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GABA(가바)'인데, 이 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뇌를 편안한 휴식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GABA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최근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가 있지만, 이는 다양한 부작용과 내성,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다행히 천연 원물 중에서도 도움을 주는 것들이 있는데요. 최근에 산조인과 복령이 바로 이 가바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뇌의 과도한 흥분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수면 패턴을 잡기 위해 저녁 시간 이후로는 카페인을 끊고, 자기 전에는 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산조인, 복령 등이 들어간 입면환을 챙겨 먹으며 컨디션을 관리했습니다. 꾸준히 한 달 정도 시험 시간에 맞춰 일어날 수 있도록 같은 시간에 챙겨 먹으니, 주변 소음이 조금 있더라도 깊게 잠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더라고요.
물론 어머님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당장 잠을 설치는 것이 힘드시다면 귀마개나 안대를 사용해보시는 것도 임시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고3 시기 정말 힘들고 예민할 때인데, 부디 수면 문제 잘 해결하셔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